세계가 열광한 한국조지아코드

해외에서 더 화제가 되는 한국 단편영화, ‘조지아’
제이박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성장했다. 그가 만든 이번 영화는 30분 길이의 단편영화로 7월까지 휩쓴 상이 41개이다.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는 물론 미국, 태국, 일본의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. 가장 최근에 받은 상은 미국의 벤톤빌 영화제 대상.
제이박 감독은 뉴욕대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광고 감독으로 일하다가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. 영화는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. 미국 유학 후 디자이너가 되리란 꿈을 꾸던 10대 소녀가 학교 남학생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뒤 자살한 실제 사건이다.
소녀의 죽음 후 병들고 가난한 부부가 허술하게 마무리된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을 그린다. 제목 ‘조지아’는 지명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딸이 좋아하던 폰트이다. 주인공 부부는 이 폰트로 재조사 요구 플랜카드를 제작하려 하지만, 한글로 호환되지 않아 글자는 ‘□□□□□‘ 식으로 깨진다. 이것은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다. “언어의 벽뿐 아니라, 피해자들이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.”고 박감독은 말한다. 영화 속 곳곳에 감독이 숨겨놓은 코드를 찾는 묘미가 있다.
밀양 사건을 모티브한 이유는 뉴스에서 “제3의 밀양 사건이 발생했다.”는 보도를 봤는데 첫 번째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라는 점이었다. 이런 사건을 들으면 사람들이 처음엔 화도 나고 분노하지만 점차 익숙해지고, 나중엔 관련된 말을 듣는 것도 싫어지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.
이탈리아나 인도네시아등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이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이긴 하지만 인류 보편의 문제인 ‘악’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감독의 설명이다. 인스타그램에도 “어느 나라나 다 똑같군.”이라는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.
박감독은 ‘조지아’를 본 미국의 유명 영화사와 계약을 해서 장편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. 그는 한국인이면서 미국인이라는 점을 살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.
네버엔딩 기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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